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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동물의 숲 탄생 이야기

작성자 : [녹색경제신문]이준혁 기자 / 2020-03-29





전 세계가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공포로 휩싸인 지금 게이머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게임이 있다. 슬로우 라이프, 따뜻한! 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동물의 숲이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발매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게임이지만 그 기대를 뛰어넘어 전 세계적으로 스위치의 물량을 부족하게 만드는 주범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심지어 게임 소프트마저 공급이 부족하여 웃돈을 주고 구입해야 할 정도이니 DL 시대에 맞지 않는 정말 이상한 게임이다. 하지만 동물의 숲은 시리즈는 기존 게임의 문법을 모두 파괴한 게임이다. 그리고 그 게임은 탄생부터 이상했다.

지금이야 수많은 SNS 도구들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고 편리하게 표현하는 시대지만, 아직 SNS에 대한 개념도 확립되지 않던 90년대 후반, 동물의 숲은 조용하게 있었다. 닌텐도 64의 주변기기였던 닌텐도 64 DD(디스크 드라이브)를 보며 에구치 카츠야는 “엄마가 플레이한 후 어린이가 플레이하면 엄마가 한 일이 어린이의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게임을 만들 수 없을까!”라며 고민했다. 이 말은 데즈카 타카시(마리오, 젤다 시리즈의 디자이너 겸 프로듀서 중 한 명)가 에구치 카츠야와 노가미 히사시를 향해 지나가는 듯한 이야기로 중얼거렸지만 이 말은 두 사람의 뇌리에 깊이 박혔고, 이 물음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에 빠졌다.

당시 닌텐도 64의 주변기기로 새롭게 발매될 64DD는 디스크 드라이브였기 때문에 매체에 기록이 가능했고, 그래서 기록 미디어의 장점을 살리려면 뭔가 기존 게임과는 다른 시도가 필요했다. 그는 동료인 노가미 히사시와 함께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며, 서로 아이디어를 보태며 새로운 기획서를 만들어갔다. 그 후 1998년 6월, 이 두 사람의 아이디어는 동물의 숲이라는 기획서로 탄생했다. 완성된 기획서는 64DD의 기록 가능한 미디어를 살려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 주요 근간이었다. 이 당시 기획에서도 많은 유저가 같은 세계에서 플레이하고, 수집 요소를 넣고, 지도는 자동 생성한다 등 현재 동물의 숲의 기본이 되는 요소가 준비되어 있었다.

에구치 카츠야는 직장인들이 힘들게 일을 하고, 밤 늦게 집에 가서 난이도가 있는 액션 게임을 하고 싶어할까? 하는 의문을 갖고,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낮에 어린이들이 게임을 하고, 밤에는 부모가 이어서 하고. 가족의 어긋난 시간을 연결하고,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게임. 그래서 엄마가 하고, 어린이가 이어서 하고, 서로가 영향을 받는 게임을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닐까.

동물의 숲 원안 기획서는 주인공이 동물들을 동료로 하여 몬스터와 싸운다는 것과 한 마을에 여러 플레이어가 찾아오고, 다른 플레이어의 기록을 참고하며 함께 플레이하는 게임이었다. 던전은 자동으로 생성되고, 몬스터를 만나면 파트너인 동물과 전투를 하고, 여러 함정을 돌파하여 목적지에 도달하고, 그를 위해서는 여러 플레이어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결국 초기 동물의 숲은 RPG에 가까운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 후 개발이 시작되고, 1999년 초에 뜻밖의 문제가 발생한다. 당시 닌텐도는 랜드넷 DD라는 네트웍을 이용한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시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가정에서의 네트웍은 보급율이 높지 않았고, 랜드넷은 2000년 2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서비스 저조로 1년여만에 종료하고 말았다. 64DD는 1999년에 발매됐고, 동물의 숲은 2001년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특히 64DD의 대용량 디스크가 있어야 유저가 던전을 탐험하고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할 수 있었다. 물론 데이터 저장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원래 구상했던 것을 모두 구현하려면 2001년 발매는 불가능했다. 닌텐도 64는 1996년에 발매됐기 때문에 당시 황혼기에 접어들었고, 2001년 보다 더 늦게 발매하면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동물의 숲은 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우선시 했기 때문에 64DD를 포기하고 일반적인 닌텐도 64용 소프트로 개발하기로 방향을 선회한다.



그리고 2001년 발매를 위해서는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기획을 대폭 뒤집어야 했고, 그런 와중에 전투마저도 삭제해 버렸다. 어차피 RPG와 전투 보다는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여러 플레이어에게 공통된 필드를 제공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컨셉이었기 때문에 삭제할 것은 과감하게 삭제했다. 마침 1999년 당시에는 인터넷이 가정에서도 보급되던 시기로서, 개임 홈페이지나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던 시기였다. 이에 동물의 숲에서는 남들에게 보여줄 자신의 집을 만들고, 자신만의 가구를 모아 집을 꾸미고, 여러 사물을 배치하도록 변경했다. 또한 주인공의 파트너였던 동물은 마을의 주민이 되어 플레이어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역할이 됐고, 자연스럽게 동물들을 인간처럼 의인화하게 됐다. 그리고 개발팀에도 다른 개발팀과는 달리 여성 스탭들이 절반 수준으로 배치시켰다. 그리고 그 결과 기존 게임의 문법을 모두 파괴한 게임이 제작됐다.

동물의 숲은 엔딩도 없고, 뭘 하는 게임인지 모르겠다! 어디서 재미를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에구치 카츠야와 노가미 히사시는 기존의 게임과 같은 부분을 고려하기 보다는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부분을 다듬어 갔다. 가족이나 친구가 함께 플레이하고, 게임이 하나의 매개체가 되어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하는 게임. 기존 게임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수단이 되는 게임을 만들어 나갔다. 자신만의 집과 마을을 만들고, 매일 플레이하기를 유도하기 위해 곤충 채집이나 낚시, 꽃 가꾸기 등의 요소를 추가했다. 또한 현실의 시간을 연동시켜 밤이 되면 상점이 문을 닫거나, 밤에만 나타나는 곤충, 비가 오는 날에는 잡을 수 있는 물고기 등의 여러 요소들을 넣었다. 다양한 벽지, 책상, 의자 등 여러 소품들을 준비하여 집을 꾸미는 즐거움을 강조하고, 동물들도 여러 종류를 준비했다. 친구 마을에 가면 자신의 마을에는 살지 않는 동물을 만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NPC라고는 해도 게임 속의 캐릭터와 대화한다는 느낌 보다는 현실 속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의 대사들을 준비하여 실제 다른 플레이어 같은 느낌을 주려고 강조했다. 이렇게 개발자들은 매일 소품과 대사 등을 만들었고, 기획부터 발매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2001년 4월, 드디어 닌텐도 64용 동물의 숲이 발매됐다. 완전히 새로운 IP였기 때문에 초기 출하는 20만장 수준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컨셉이었기 때문에 홍보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동물의 숲은 발매 1주 동안 겨우 3만개 남짓 판매됐고, 그 이후는 판매량이 추락했다. 하지만 소량이지만 꾸준하게 판매됐고, 결국 초기 물량 20만장이 매진된다. 그리고 유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당연히 추가 주문이 들어왔지만 닌텐도는 이 시기에, 닌텐도 64 이후 차세대 게임기였던 게임큐브를 발매했고, 생산라인도 게임큐브로 전환되어 롬 카트릿지를 더 이상 생산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시계를 넣은 특수한 롬 카트릿지였기 때문에 추가 생산은 더더욱 어려웠다. 대신 재빨리 게임큐브용 동물의 숲을 개발하여 2001년 연말에 동물의 숲+를 발매했다.



그리고 동물의 숲은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DS에서 대폭발을 한다. 2005년 11월에 발매된 닌텐도 DS용 동물의 숲은 세계적으로 1100만장이 판매되며 닌텐도의 새로운 간판 게임으로 우뚝 선다. 원래 이 게임의 목표가 50만장 내외였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판매량이다. 그리고 구매자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여성이라는, 기존 게임과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게임의 탄생을 세상에 알렸다. 특히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DS 덕분에 근거리 통신이나 와이파이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어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게 됐다. 원래 네트워크는 게임큐브에서 실현하려고 했지만 닌텐도 DS에는 와이파이가 표준 탑재되면서 닌텐도 DS용으로 개발하면서 가장 먼저 시도됐다. 그 결과 남의 마을에 놀러가고, 자신의 마을에 친구를 초대하고, 자신만의 특산물을 선물하는 등 동물의 숲 최초 기획이었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활발해지는 게임이 됐다. 그 결과 부모와 자녀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됐으면 좋겠다는 목표 역시 달성하게 됐다. 이 게임이 발매된 후 닌텐도는 동물의 숲 덕분에 자녀와 대화가 많이 늘었다는 편지가 많이 왔다고 한다.






닌텐도 DS에서의 성공 이후 동물의 숲은 닌텐도의 새로운 간판이 되었고, WII와 3DS, WIIU 등으로 계속해서 발매된다. WII 버전은 400만장 정도가 판매되었다. 닌텐도 DS에서 삭제됐던 크리스마스나 할로윈 등의 이벤트가 부활하고, 와이파이를 통해 다른 마을에 놀러 가거나 WII 커넥트 24를 통해 아이템을 배포하는 등 네트워크를 이용한 여러 기능들이 존재했다. 이후 동물의 숲은 다시 휴대용 게임기인 3DS용으로 발매됐고, 1200만장 정도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번에는 촌장이 되어 공공 사업을 진행하고 주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3DS용 동물의 숲은 닌텐도 DS 시절에 비해 용량이 대폭 커져 게임의 많은 부분에서 발전이 있었다. 이후 3DS용으로 동물의 숲 해피 디자이너가, WIIU용 동물의 숲이 발매됐지만 이 게임들은 모두 외전격으로, 방향성이 전혀 다르다. 그 후 모바일용으로도 발매됐고, (한국은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스위치용으로 다시금 정통 후속편 동물의 숲이 발매된다. 3DS용 이후 8년여만에 정통 동물의 숲이 발매된 것이다. 스위치의 판매량이 워낙 좋고,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의 실외 생활이 제한되고, 암울한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해서인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발매 일주일만에 200만장 이상이 판매되고, 패키지 제품은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발매 며칠 만에 동물의 숲을 이용한 실제 생일 파티나 결혼식 등의 이벤트가 열리는 등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야외 활동이 제한되자 온라인상에서 이벤트를 대신하는 등 벌써부터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렇게 동물의 숲은 천천히, 무엇을 하든, 혹은 아무 것도 하지 않든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는 힐링 게임의 대표작이 됐다. 제작 당시부터 게임의 문법을 모두 파괴하고, SNS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사내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던 동물의 숲은 2000년대를 대표하는 게임계의 새로운 아이콘이자 힐링 게임이라는 찬사, 그리고 게임의 순기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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